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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주의] 영화 오디세이 vs 어쌔신 크리드 오디세이 — 같은 이름, 완전히 다른 그리스 이야기

스다미 2026. 8. 18. 14:09

⚠ 스포일러 주의 — 영화 결말 포함

Ο Δ Υ Σ Σ Ε Ι Α

같은 '오디세이', 다른 그리스
놀란의 영화와 어쌔신 크리드는
무엇이 어떻게 다른가

영화 「오디세이」(2026) × 게임 「어쌔신 크리드 오디세이」(2018) — 이름은 같지만 시대도, 원작 관계도, 신화를 다루는 태도도 완전히 다른 두 작품의 스토리 비교 분석

FILM · 신화의 밤바다
GAME · 역사의 에게해
⚠️ 스포일러 경고 — 이 글은 영화 '오디세이'의 결말을 포함한 주요 스포일러와 게임 '어쌔신 크리드 오디세이'의 핵심 스토리를 다룹니다. 영화를 아직 안 보셨다면 관람 후 읽으시길 권합니다.
한눈 요약

영화 '오디세이'(2026)는 호메로스의 서사시 「오디세이아」를 직접 각색해 트로이 전쟁(기원전 12세기경) 이후 오디세우스의 10년 귀향길을 그린 작품이고, 게임 '어쌔신 크리드 오디세이'(2018)는 그보다 약 800년 뒤인 펠로폰네소스 전쟁(기원전 431년~)을 배경으로 스파르타 용병의 여정을 그린 작품입니다. 제목은 같지만 시대도, 원작 관계도, 신화를 다루는 태도도 완전히 다릅니다. 

영화 오디세이 (출처 : 유니버설 픽처스)

 

Α

이름만 같은 두 작품? — '오디세이'라는 단어의 두 가지 용법

2026년 여름 극장가를 지배한 크리스토퍼 놀란의 '오디세이'를 보고 나온 관객 중 상당수는 2018년 게임 '어쌔신 크리드 오디세이'를 떠올렸을 겁니다. "게임 먼저 하길 잘했네" 혹은 "게임이랑 내용이 왜 다르지?"라는 반응도 많습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두 작품은 원작-각색 관계가 아닙니다.

FILM · 오디세이 (2026)

어원 그 자체 — 고유명사

호메로스의 서사시 「오디세이아(Odysseia)」의 정식 각색. '오디세이'는 주인공 오디세우스의 이야기라는 뜻의 고유명사입니다.

GAME · 어쌔신 크리드 오디세이 (2018)

어원에서 파생된 보통명사

호메로스 원작과 무관한 오리지널 스토리. 여기서 '오디세이'는 오디세우스의 이야기에서 파생되어 영어에 정착한 '길고 파란만장한 여정'이라는 보통명사로 쓰였습니다.

즉 한쪽은 어원(語源) 그 자체를, 다른 한쪽은 어원에서 파생된 일반명사를 제목으로 삼은 셈입니다. 이 차이를 알고 보면 두 작품의 비교가 훨씬 흥미로워집니다.

 

 

어쌔신 크리드 오디세이 (출처 : 유비소프트)

 

Β

무대부터 다르다: 청동기 미케네 vs 고전기 그리스, 800년의 시차

같은 '고대 그리스'처럼 보이지만, 두 작품 사이에는 대략 800년의 시차가 있습니다. 조선 초기와 현대만큼 먼 거리입니다.

FILM · 기원전 12세기경

미케네 문명 말기 — 신화의 시대

트로이 전쟁은 전설상 기원전 1200년 전후의 사건입니다. 문자 기록보다 구전이 앞서던 청동기 시대로, 도시국가(폴리스)도 민주정도 아직 없습니다. 왕(바실레우스)이 다스리는 소왕국들의 세계이며, 오디세우스도 이타카라는 작은 섬나라의 왕입니다.

GAME · 기원전 431년~

고전기 그리스 — 역사의 시대

어쌔신 크리드 오디세이는 아테네와 스파르타가 그리스 패권을 놓고 맞붙은 펠로폰네소스 전쟁이 배경입니다. 페리클레스가 연설하고 소크라테스가 광장에서 문답을 걸어오며, 헤로도토스가 주인공의 여정을 기록합니다. 호메로스의 서사시는 이 시대 사람들에게 이미 '수백 년 된 고전'이었습니다. 게임 속 그리스인들이 오디세우스를 전설의 영웅으로 언급하는 이유입니다.

정리하면 — 영화는 신화의 시대를, 게임은 그 신화를 '옛날이야기'로 소비하던 역사의 시대를 그립니다.

영화 오디세이
어쌔신 크리드 오디세이
Γ

스토리 뼈대 비교: 돌아가는 남자 vs 찾아다니는 용병

FILM · 노스토스(귀향)의 서사

집으로 '돌아가는' 이야기

트로이 전쟁을 목마의 계략으로 끝낸 오디세우스(맷 데이먼)가 아내 페넬로페(앤 해서웨이)와 아들 텔레마코스(톰 홀랜드)가 기다리는 고향 이타카로 돌아가는 10년의 여정이 뼈대입니다. 그 사이 이타카에서는 안티노오스(로버트 패틴슨)를 위시한 구혼자들이 왕좌와 페넬로페를 노리고, 아버지의 생사를 모르는 텔레마코스가 성장해 갑니다. 놀란은 이 이야기를 텔레마코스의 시점(트로이 전쟁의 소문과 회상)과 오디세우스-칼립소의 시점을 교차하는 구조로 재구성했습니다.

GAME · 추적의 서사

흩어진 집을 '다시 조립하러 다니는' 이야기

주인공은 스파르타의 전설적 왕 레오니다스의 후손인 용병(미스티오스) 알렉시오스 또는 카산드라(플레이어가 선택). 어린 시절 신탁 때문에 가족이 산산이 흩어졌고, 성인이 된 주인공은 펠로폰네소스 전쟁의 양 진영을 오가는 용병으로 살다가, 그리스 전역을 배후에서 조종하는 비밀결사 '코스모스 교단'과 얽히며 잃어버린 어머니와 형제를 추적합니다.

방향은 정반대지만, 두 서사의 엔진이 모두 '가족'이라는 점이 첫 번째 공통분모입니다.

Δ

가장 흥미로운 대비: 신과 괴물을 처리하는 정반대의 방식

두 작품을 나란히 놓았을 때 가장 흥미로운 지점입니다. 둘 다 신화를 '합리화'하되, 정확히 반대 방향으로 합리화합니다.

FILM

신은 지우고, 괴물은 남겼다

놀란은 아테나를 제외한 올림포스 신들을 화면에 등장시키지 않았습니다. 감독 스스로 밝혔듯, 고대인들이 자연 현상에서 신을 읽어냈던 것처럼 '자연이 인간에게 말을 거는' 연출만으로 신의 존재감을 표현하는 방식을 택했습니다. 헤르메스의 조력 같은 원전의 신적 개입은 삭제됐습니다. 반면 폴리페모스(키클롭스)나 스킬라 같은 괴물들은 실체로서 스크린에 직접 등장합니다. 신은 해석의 영역으로 밀어내고, 괴물은 물리적 공포로 남긴 것입니다.

GAME

신은 부정하고, 괴물은 '과학'으로 설명했다

어쌔신 크리드 세계관은 한 발 더 나갑니다. 메두사, 미노타우로스, 키클롭스, 스핑크스가 보스로 등장하지만, 이들은 신의 피조물이 아니라 인류 이전 문명이 남긴 고대 유물이 만들어낸 존재로 설명됩니다. 신화는 곧 '잊힌 초고대 기술에 대한 오해'라는 것이 시리즈의 일관된 설정입니다. 유비소프트는 신화를 SF로 번역한 셈입니다.

공통점둘 다 "신들이 구름 위에서 개입하는" 고전적 판타지를 거부했습니다.
차이점영화는 신비를 '여백'으로 남겼고, 게임은 신비를 'SF 설정'으로 채웠습니다.

 

Ε

가족 서사의 두 얼굴: 기다리는 아들 vs 추적하는 혈육

FILM · 텔레마코스

'아버지의 귀환'이 '아들의 독립'으로

아버지 없이 자란 아들이 아버지를 찾아 나서고, 마침내 부자가 함께 구혼자들을 처단하는 것이 원전 「오디세이아」의 뼈대이자 영화의 감정선입니다. 영화의 결말은 원전에서 한 발 더 나아가, 텔레마코스가 이타카의 새 왕이 되고 오디세우스와 페넬로페가 미지의 땅으로 떠나는 각색을 택했습니다.

GAME · 데이모스

혈육이 적이 되어 돌아온다

게임의 가장 강렬한 축은 어린 시절 헤어진 형제가 코스모스 교단의 병기 '데이모스'로 길러져 적으로 재회하는 이야기입니다. 플레이어의 선택에 따라 형제를 구원할 수도, 영영 잃을 수도 있습니다. 이 설정은 오히려 그리스 비극(오이디푸스, 오레스테이아)의 문법에 가깝습니다.

흥미롭게도 영화는 서사시를 가족 드라마로 압축했고, 게임은 오리지널 스토리에 그리스 비극의 문법을 이식했습니다. 둘 다 결국 '그리스적인 것'의 다른 얼굴을 붙잡은 셈입니다.

Ζ

서사 구조: 한 편의 시 vs 플레이어의 선택

FILM · 선형 서사

결말은 하나

시작과 끝이 고정된 선형 서사입니다. 3시간짜리 러닝타임 안에 귀향-복수-재회의 아크가 완결됩니다. 놀란 특유의 시점 교차 편집이 있지만, 결말은 하나입니다.

GAME · 오픈월드

이야기의 모양이 사람마다 다르다

100시간짜리 오픈월드에 멀티 엔딩입니다. 가족을 모두 살릴지, 교단을 어디까지 추적할지, 아테네와 스파르타 중 어느 편에 설지가 플레이어 손에 달려 있습니다. '오디세이(여정)'라는 제목처럼, 이야기의 모양 자체가 사람마다 달라집니다.

영화의 오디세이는 호메로스가 낭송을 마칠 때까지 듣는 이야기이고, 게임의 오디세이는 내가 노를 저어야 끝나는 이야기입니다.

 

Η

한눈에 보는 비교표

영화 '오디세이'
(2026)
어쌔신 크리드 오디세이
(2018)
원작 관계
호메로스 「오디세이아」 정식 각색
원작 무관 — '오디세이'는 보통명사(여정)
시대 배경
기원전 12세기경
트로이 전쟁 직후 · 청동기
기원전 431년~
펠로폰네소스 전쟁 · 고전기
주인공
오디세우스
(이타카의 왕)
알렉시오스/카산드라
(레오니다스의 후손, 용병)
서사의 방향
귀향(노스토스)
집으로 돌아감
추적
흩어진 가족과 배후 조직을 찾아다님
신의 존재
화면에서 배제, 자연으로 암시
(아테나 예외)
부정 — 신화는 초고대 문명 기술의 오해
괴물
실체로 직접 등장
(공포의 대상)
유물이 만든 존재
(보스전 콘텐츠)
서사 구조
선형, 단일 결말
(일부 원전 변형)
오픈월드, 선택지 · 멀티 엔딩
실존 인물
없음 (신화 인물)
소크라테스, 페리클레스, 헤로도토스 등
핵심 정서
부자 상봉과 세대 계승
형제 비극과 가족 재건
Θ

FAQ — 자주 묻는 질문

Q1영화를 재미있게 봤는데, 게임을 하면 같은 이야기를 더 깊게 즐길 수 있나요?
'같은 이야기'를 기대하면 안 됩니다. 게임에는 오디세우스가 등장하지 않습니다(전설 속 인물로 언급되고, 관련 유물이 나오는 정도). 대신 영화가 보여준 그리스보다 800년 뒤, 훨씬 풍요로워진 고전기 그리스 — 아테네의 아크로폴리스, 스파르타, 델포이 신탁소 — 를 직접 걸어 다니는 경험을 줍니다. '이야기의 연장'이 아니라 '세계의 연장'으로 접근하면 최고의 후속 경험입니다.
Q2반대로 게임 팬인데, 영화에서 게임과 연결되는 요소가 있나요?
직접적인 연결은 없습니다. 다만 게임에서 신화 관련 콘텐츠(키클롭스 보스전, 아틀란티스 DLC 등)를 플레이했다면, 영화가 같은 괴물들을 '설명 없이 실체로' 들이미는 연출의 차이를 비교하는 재미가 큽니다.
Q3역사 고증은 어느 쪽이 더 정확한가요?
질문 자체가 성립하기 어렵습니다. 영화의 배경인 트로이 전쟁은 고고학적 실체가 논쟁 중인 반(半)전설의 영역이고, 게임의 배경인 펠로폰네소스 전쟁은 투키디데스의 기록이 남은 역사의 영역입니다. 게임은 실존 인물·건축의 재현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고(교육용 '디스커버리 투어' 모드가 따로 있을 정도), 영화는 고증보다 '신화의 사실적 재해석'이라는 태도 자체가 핵심입니다.
Q4호메로스 원전을 읽고 영화를 보는 게 좋을까요?
영화는 원전을 몰라도 완결된 이야기로 즐길 수 있게 만들어졌습니다. 다만 원전을 알면 놀란이 무엇을 삭제하고(키르케 로맨스, 파이아키아의 나우시카 등) 무엇을 바꿨는지(결말의 왕위 계승)가 보여 두 배로 즐길 수 있습니다. 순서는 '영화 → 원전 → 재관람'도 훌륭한 코스입니다.

마치며 — 그리스라는 원형(原型)의 힘

3천 년 전 낭송되던 서사시가 2026년에는 2억 5천만 달러짜리 IMAX 영화가 되고, 2018년에는 1억 장 가까이 팔린 시리즈의 오픈월드 게임이 되었습니다. 두 작품은 같은 우물에서 물을 길었지만 완전히 다른 그릇에 담았습니다.

  • 영화는 '신화의 시대'를 인간의 눈높이로 끌어내렸고,
  • 게임은 '역사의 시대'에 신화의 그림자를 드리웠습니다.

그리고 둘 다 흥행했습니다. '오디세이'라는 단어가 3천 년째 유효한 이유 — 낯선 바다를 건너 기어코 돌아가야 할 곳이 있다는 이야기의 원형은, 매체가 바뀌어도 낡지 않기 때문일 겁니다.

본 글은 영화 「오디세이」(2026, 크리스토퍼 놀란)와 게임 「어쌔신 크리드 오디세이」(2018, 유비소프트)의 스토리를 비교 분석한 것으로, 두 작품의 주요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